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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달진문학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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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제12회 수상자 - 나희덕,고형진 (2001)


2001년 제12회 김달진 문학상

시부문

1. 수상자
나희덕

2. 수상작품
「엘리베이터」외 4편

「엘리베이터」

더 들어가요. 같이 좀 탑시다.
병원 엘리베이터 타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육중한 몸집을 들이밀며 한 아주머니가 타고 나자
엘리베이터 안은 빽빽한 모판이 되어버렸다
11층, 9층, 7층, 5층……문이 열릴 때마다 조금씩 헐거워지는 모판.
갑자기 짝수층 엘리베이터에서 울음소리 들려온다
어젯밤 중환자실 앞에서 울던 그 가족들일까.
모판 위의 삶을 실은 홀수층 엘리베이터와
칠성판 위의 죽음을 실은 짝수층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야 만난다. 울며 떨어지지 않으려는 가족들과
짝수층 엘리베이터에 실린 죽음을
홀수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바라보는 사람들 앞에서
흰 헝겊으로 들씌워진 한 사람만이
텅 빈 엘리베이터 안에 남고, 문이 닫히고,
잠시 후 B1에 불이 들어온다, 그 사이에
홀수층 엘리베이터 안에는 다시 사람들이 채워진다
더 들어가요, 같이 좀 탑시다……아우성이 채워지고, 문이 닫히고,
빽빽해진 모판은 비워지기 위해 올라가기 시작한다
1층, 3층, 5층, 7층, 9층, 11층……
삶과 죽음을 오르내리는 사다리는 잠시도 쉬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는 나른다, 병든 입으로 들어갈 밥과 국을
엘리베이터는 나른다, 더 이상 밥과 국을 삼키지 못할 육체를
엘리베이터는 나른다, 병든 손을 잡으려는 수많은 손들을
엘리베이터는 나른다, 더 이상 병든 손조차 잡을 수 없는 손들을


3. 심사위원
정현종(시인, 연세대 교수), 김화영(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 김선학(동국대 교수), 김명인(시인, 고려대 교수), 최동호(시인, 고려대 교수)

4. 심사평

「날아오르는 나비와 내려앉는 나비」

장석남, 나희덕 두 시인을 두고 어느 쪽을 수상자로 추천할까 망설였다.
장석남은 매력적인 시인이다. 어떤 분은 ‘타고난 시인’이라고도 말했다. 가령 <수묵 정원 9-번짐> 같은 시를 읽어 보면 그런 말이 수긍된다는 느낌이다. “번짐,/번져야 사랑이지//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오른다” 같은 곳을 읽고 있으면 그의 시적 역동성이 읽는 이의 마음 깊숙한 곳으로 번져드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도, 덜어낸 무게 때문에 가뜬히 치켜 올라간 가지 사이의 시들한 이파리들의 팔랑임 사이에”(<살구를 따고>) 같은 치밀한 묘사 위에 덧없는 삶의 한 순간을 덜렁 올려 놓을 경우 또한 그렇다. 그러나 예심을 거쳐온 이 시인의 시편들이 이런 수준과 긴장을 항상 유지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좀 아쉬웠다.
반면에 나희덕 시인의 시편들은 언제나 일정한 구조적 긴장과 특유의 어법을 견고하게 지탱하고 있다는 점이 미덕이다. 엘리베이터, 밥상, 젓가락, 맨밥, 현관문, 신발, 호미 같은 사소한 일상의 소도구들이나 거미줄, 기러기 떼, 월식, 새, 나비, 나무, 구름, 비 같은 가시적 대상이나 현상들로부터 존재와 무, 죽음 같은 근원적 문제로 태연하게 건너뛰어 직행하는 그 속도와 고즈넉해서 더욱 섬뜩해지는 시선이 여운과 우울한 감동을 길게 남긴다. 대체로 그의 시는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그 슬픔 속에는 일정한 균형을 잡아 주는 무게 중심 같은 것이나 삶의 전모를 흐릿하게 비추는 거울 같은 것이 또한 내장되어 있어서 그 슬픔을 조용하게 견디며 통과하는 암시 구실을 한다. 가령 “한 발은 나비를 신고/한 발은 땅에 디딘 채/절뚝절뚝 봄길을 날아 걸어왔으니//나비야, 나비야,/이 검은 땅 위에 다시 내려와 앉아라/내가 너를 신겠다”의 어두운 초현실주의가 그렇다. 나는 결국 이 “내려앉는” 나비 쪽의 손을 들기로 한다. 나희덕 시인의 “캄캄한 씨방 속에 갇힌 꿈들”이 더욱 단단해지기를 바란다.(김화영)


평론부문

1. 수상자
고형진

2. 수상작품
「회화적 상상력의 확산과 동양시학의 계승-김종길의 시세계」


3. 심사위원
김윤식(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오세영(시인, 서울대 교수), 정현기(연세대 교수), 김인환(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 이숭원(문학평론가, 서울여대 교수)

4. 심사평

「새로움과 낯익음」

금년에는 다섯 사람의 평론 12편이 심사에 넘어왔습니다. 많은 글을 무작정 읽어갈 수 없어 내 나름의 기준을 정해 보았습니다. 남들이 다 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관점이나 내용이 담긴 글을 골라 보자. 비평가로서의 자의식이랄까 비평 정신이 작동하는 글을 찾아보자. 비평도 일종의 문학 창작행위니까 문체에 대한 감각이 담겨 있는 글을 가려보자. 대체로 이런 기준을 정하고 12편의 평론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읽어 간 결과 신범순의 미당 시에 대한 두 편의 평론과 구모룡의 두 편의 평론 주위를 서성이게 되었습니다.
신범순의 글은 문체가 매혹적이었고 작품을 보는 시각이 독특했습니다. 나는 그 아름다운 글 주위를 맴돌며 미당 시와 여성성의 관계, 우주적 모성에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화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사고의 흐름은 인상적이었으나 미당 시 해석에 관해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품 해석이야 분석자의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도출될 수 있는 일이기에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신화적 상상력의 윤곽을 먼저 그려 놓고 미당의 시를 자료로 끌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역사적 시간을 살아간 미당의 시와 산문 자료를 시간적 순서를 고려치 않고 인용·해석한 것은 재고를 요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모룡의 「비평적 글쓰기와 이타성의 지평」은 문학 권력을 둘러싼 논쟁을 정리하면서 문지의 배타적이고 안이한 권력 행사를 비판한 글이고, 「초월미학과 무책임의 사상」은 서정주 시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평론입니다. 둘 다 비판으로 일관한 글이기 때문에 비평가로서의 자의식이 드러나 있고 비평행위에 대한 문제 의식이 뚜렷이 드러나 있습니다. 문체도 신선하고 역동적입니다. 그러나 앞의 글은 작가 작품론이 아니라 문학 권력이라는 문학 현상을 비판한 내용이라는 점, 뒤의 글은 미당의 시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전복시키려는 의도가 앞선 나머지 부분적인 독단의 비약과 개입된 점이 약점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면 가장 무리가 없는 평론은 무엇인가? 그것은 고형진의 김종길론이었습니다. 김종길 시의 이미지 구성 양상을 침착하게 분석한 그 글은 한편의 론으로서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여기에는 시작품 분석 작업을 쉬지않고 지속해 온 비평가의 균형잡힌 시각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논의 끝에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나는 물론 동의하였고 기뻐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구모룡의 충돌과 도전을 자꾸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왜 거기에 매력을 느꼈을까? 나에게 없는 요소가 그에게 있기 때문이라는 것, 내가 가 보지 못한 비평의 서부에 그가 발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고형진의 글은 나에게 너무나 친숙한 것이기에 덜 매력적이었을까? 그렇다면 그와 나는, 다시 한번 몸을 움직여 크게 건너뛰어야 할 단계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상을 축하하며 더 큰 도약을 기대합니다.(이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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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4.03 -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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