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사슴]을 처음 읽던 흥분을 잊지 못한다. 실린 시는 40편이 못 되었지만 그 감동은 열 권의 장편 소설을 읽은 것보다도 더 큰 것이었다. 나는 읽고 또 되풀이해 읽었다. 저녁 먹는 시간이 아까워 밥도 반 사발밖에 못 먹었고, 밤도 거의 다 새우다시피 했다. 가장 감동적으로 읽은 시는 [모닥불], [주막], [산비] 같은 시들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 뒤로 나는 [사슴]을 책가방에 가지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꺼내 읽곤 했는데, 사실상 [사슴]은 내가 시를 공부하는 데 교과서를 구실을 했다.
-신경림, 동국대 석좌교수, 시인.
백석의 시집 [사슴]이 유년시절의 공동체적 삶의 기억에 대한 것이라면 [북방에서]는 역사적 공간적 체험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주고 있다. [흰 바람벽이 있어]나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과 같은 명편의 시적 어법이 구사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육사의 [절정]이 고도로 압축된 시라면 백석의 [북방에서]는 민족사 전체를 간결하게 축약하면서도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물 흐르듯 표현하고 있다. 질박하고 호방하나 외롭고 쓸쓸한 정서는 이 시를 읽는 이에게 회한과 덧없음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최동호, (시인 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1
최동호, 방민호, 유성호, 김수이 편, {백석 시 읽기의 즐거움}이 출간되었습니다. 1부과 2부로 나뉘어진 이 책은 1부에는 시집 [사슴]의 원고들에 대한 깊이읽기를, 2부에는 [사슴] 이후에 발표된 작품들에 대한 깊이읽기를 보여준다. 그밖에도, 대담자료, 작품세계에 대한 중요연구자의 소개글, 백석 시인의 작품 / 생애연보, 그리고 발표당시 지면에 함께 실린 삽화들도 복원하여 읽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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